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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정부 정책 뚫고 ‘부정맥’ 새로운 역사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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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23
답답한 정부 정책 뚫고 ‘부정맥’ 새로운 역사 쓰겠다
김영훈 부정맥학회장…세계에서 인정받은 국내 최고 전문가
10년 전 국내 심방세동의 역사를 새롭게 썼던 고대안암병원 심장내과 김영훈 교수(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가 대한부정맥학회 초대 회장을 맡으면서 한국 부정맥 역사의 새로운 전환기를 예고했다. 김영훈 교수는 지난해 12월 출범한 부정맥학회 초대 회장에 취임했다. 부정맥학회는 1997년부터 약 20년간 대한심장학회 산하 부정맥연구회로 활동하다가 학회로 출범했다. 현재 대한의학회에서 정식학회로 인준을 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부정맥연구회의 학회로 출범은 ‘부정맥’ 질환에 대한 인식 변화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부정맥은 맥박이 불규칙한 것으로, 빠른 빈맥이나 느린 서맥 등도 포함된다. 연간 부정맥으로 인한 심정지(급성심장사-급사)가 국내에서 연간 2만6,000명 발생하고 있으며, 이 중 2% 정도가 생존한다. 그럼에도 국민 인식이 부족해 부정맥에 대한 예방이나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특히 부정맥 치료를 위한 고주파전극도자절제술은 세계 최고 수준에 있지만 제한적인 정부 정책으로 성장이 더딘 상황이다. 시사메디in이 국내 부정맥 역사의 새로운 획을 긋겠다는 김영훈 회장을 만나 학회의 향후 운영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김영훈 회장은 우리나라의 신의료기술 도입 절차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외국에서는 부정맥을 치료하는 기술이 매년 급성장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신의료기술로 인정을 받지 못해 사용하지 못하거나, 신의료기술로 인정받더라도 터무니없이 낮은 수가 책정으로 의료기기 업체들이 국내 수입을 포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외국에서는 냉각 방식의 전극도자절제술 시술에 대한 비용으로 3,000불(한화 약 350만원)을 받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기존 고주파를 이용 시술법과 동일한 1,800불(한화 약 200만원) 수준에서 받도록 제안하고 있다. 김영훈 회장은 “국내에서는 전극도자절제술 중 고주파를 이용해 부정맥 부위를 태우는 형태로 치료하고 있다”며 “하지만 외국에서는 냉각이나 레이저 등 한차원 높은 수준의 장비로 시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냉각이나 레이저 방식은 고주파를 이용하는 방식과 동일하지만 시술 시간이 절반으로 줄고, 경험이 적은 의사들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다.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혈관 손상이나 뇌졸중, 횡경막 신경마비 등 합병증과 부작용도 크게 낮춘다. 시술 시간이 짧은 만큼 수술 후 입원기간도 줄어들 수 있다. 이외에도 3D맵핑(3차원 혈관지도)이나 모바일 심전도, 심장 원격진료 등 다양한 장비와 분야에서 신의료기술 제도에 막혀 국내에서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김영훈 회장은 “국내는 새로운 기기와 장비를 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향후 정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부정맥 분야의 신의료기술 도입 필요성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각종 공청회와 토론회 개최뿐만 아니라 학회 학술대회에 미국이나 유럽 등의 저명한 연자를 초청해 외국에서 사용한 효과적인 사례를 소개하는 등의 방법을 고민 중이다. 새로운 연구결과 교류하고, 국민 인식도 바꾼다 이를 위해 여러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다기관 연구, 또 5~10년간 장기 연구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연구의 방향성을 정하고, 연구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전향적 연구도 준비 중이다. 연구뿐만 아니라 실제 진료 현장에서 새로운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전문가들 간 의견을 교류할 수 있도록 페이스북에 공간을 만들었다. 현재 40여명의 젊은 의사들이 모여 시술 케이스를 실시간 공유하고 있다. 공익적 사업으로 부정맥에 대한 국민 인식을 바꾸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부정맥의 위험성을 알리고 1차 국가건강검진에 심전도 검사를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부정맥학회에서 무상으로 심전도 했을 때, 부정맥 환자를 얼마나 발견할 수 있는지를 알아볼 예정이다. 부정맥을 예방했더니 뇌졸중 발생이 어느 정도 줄었는지 등도 결과를 만들 예정이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배운 전문가들 공감대 형성 일부 원로 교수들이 부정맥 학술대회 개최에 대해 ‘그런 학술대회를 개최하느냐’며 반대해 당시 무산될 뻔했었다. 하지만 그는 국내 부정맥 치료의 새로운 시작을 위해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고, 결국 첫 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냈다. 작년에 제9차 학술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했다. 현재 그는 국내 부정맥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미국 부정맥학회에서 강연을 하는 국내 유일의 전문의가 된 것이다. 당시 김 회장이 부정맥을 배웠던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더스 시나이 메디컬 센터(Cedars-Sinai Medical Center) 출신 동료와 후배들이 10여명에 이르면서 이들을 구심점으로 국내 맨파워가 만들어졌다. 현재 그들을 중심으로 부정맥학회가 운영되고 있다. 김영훈 회장은 “한국에서도 부정맥 분야 권위자가 나오고, 미국과 유럽에서 인정받으며 ‘부정맥을 하려면 대한민국에서 배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 부정맥 위상을 끌어올리고 싶다”며 “가장 잘되는 학회, 가고 싶은 학술대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의료기술의 의학발전 발목 잡다
▲ 김영훈 부정맥학회장이 새로운 학회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신의료기술을 통해 환자를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제도에 막혀 답답한 상황이다.”
학술적인 연구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한 방안도 밝혔다. 그동안 부정맥연구회에서 운영하던 학술지를 SCI급 학술지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김영훈 회장
10년 전 아시아 태평양 부정맥학회 학술대회(APHRS)를 만들 당시에만 해도 국내 전문의들 사이에서 부정맥에 대한 인식이 미미했다. 당시 부정맥 학술대회를 하겠다는 김영훈 회장에 대해 원로 교수들 사이에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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