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국내 최초로 부정맥센터를 개소할 때에는 부정맥이란 용어가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생소하였습니다. 심장 이상과 부정맥을 연결하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몸의 엔진과 같은 심장 박동이 규칙적이지 못할 때 맥을 만져 보면 고르지 않게 나타나는데 이것이 부정맥입니다. 부정맥은 맥이 고르게 뛰지 않거나 너무 빨리 또는 너무 천천히 심장이 뛰는 상태를 총칭하는 것으로 심장병의 가장 흔한 형태입니다. 협심증, 심근 경색증과 같은 심장혈관병이나 심장 판막증, 심장 부전의 첫번째 이자 마지막 증상이 부정맥으로도 나타납니다. 가끔 부정맥 증상을 느끼지만 무시하고 지나가도 평생 아무 문제가 없는 부정맥이 있는가 하면 잠시 눈앞이 하얗게 되면서 아찔한 증상을 몇 번 경험하다 결국 심장마비로 인해 급사하는 환자에 이르기까지 부정맥의 얼굴은 매우 다양합니다.
부정맥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높지 않았던 시기에 고대의료원 부정맥센터의 설립은 무엇보다 환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드리고 의료진들에게도 적절한 진단과 치료의 여정에 함께 하기 위한 것입니다. 부정맥 증상이 있다 가도 병원에 오셔서 검사를 하면 나타나지 않는 유형도 많고 부정맥의 첫번째 증상이 뇌졸중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심방 세동과 같은 부정맥이 심하면 심장내에 혈전이 잘 생기고 혈전의 일부가 심장에서 떨어져 나가 뇌로 가게 되면 뇌졸중이 생기는 것입니다.

고대 의료원 부정맥센터는 1963년부터 이어져 온 고대혜화병원의 흉곽내과와 그후에 탄생한 순환기내과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1991년 고대안암병원으로 이전한 후 순환기내과와 심혈관센터는 진료와 연구분야의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관상동맥 조영술과 중재시술 및 심혈관 영상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은 초창기 노영무 교수님과 오동주, 심완주 교수님을 비롯한 많은 교수님들과 간호사, 기사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이었습니다. 1994년, 제가 신촌세브란스 김성순 교수님의 가르침을 받아 시작한 부정맥 전극도자 시술은 해마다 시술 건수가 늘다가 미국 LA시더스 사이나이 병원에서의 2년간 연수 후 귀국하면서 한국 부정맥 시술의 새로운 전기를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1998년 심방세동에 대한 전극도자 절제술을 국내 처음으로 시행한 것입니다. 그 이후 2001년 동일하이빌 고재일 회장님의 헌신과 기부로 3차원 맵핑시스템을 도입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2005년 부정맥 센터가 국내 최초로 설립되게 되었습니다. 2005년 12월, 제1회 아태심방세동 심포지엄을 조직, 운영하였으며 당시 고대안암병원에서 아태지역 최초로 심방세동 시술 라이브 시연을 한 바 있습니다. 2006년에는 고대구로병원에서 임홍의 교수팀이 심전기생리검사 및 전극도자 절제술을 시작하였고 2014년 김진석 교수가 부임하면서 안산병원에 부정맥 시술이 본격화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렇게 부정맥 분야에서 비교적 짧은 기간에 국내 최고를 넘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리딩 센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고대의료원의 적극적인 지원, 센터 모든 구성원의 뼈를 깎는 노력, 저희 센터를 믿고 환자들을 의뢰해 주신 많은 의원과 타 대학병원의 선생님들이 있었고 동일하이빌 고재일 회장님, 웅진 조중형 고문님등의 부정맥 연구기금의 통큰 기부가 있었기에 가능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고대의료원 부정맥센터는 디지털 헬스케어와 인공 지능, 머신 러닝등이 상용화되고 시술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들이 날마다 등장하는 속도와 정밀의 경쟁 시대를 선도하는 센터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과거에 안주하지 않으며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열어 가는 도전을 계속해 나가겠습니다. 고해상 영상 가이드 부정맥시술, 개인 맞춤형 치료, 유전자 검색 클리닉, 시뮬레이션 또는 증강 현실을 이용한 최적 시술의 표준화등 우리가 개척해 나가야 할 분야는 열려 있습니다.

부정맥으로 힘들어 하는 많은 환자들에게 새로운 삶과 건강을 돌려 드리기 위해 모든 정성과 혼을 다하는 고대의료원 부정맥 센터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