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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이 보내는 고통 시그널은 건강의 통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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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25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는 이성복의 시, ‘그날’의 마지막 구절이다. 

Everything is sick, but it doesn't hurt.
문학평론가 황현산은 “우리의 삶이 아무리 비천해도 그 고통까지 마비시키지는 못한다.”
고통이 아픈 것이 아니라 마비된 고통이 불러올 고통이 끔찍한 것이다. 

병은 있으나 마비된 고통이 가장 위험한 곳이 심장이다. 진료를 하다보면 심장이 이렇게까지 병들었는데 한번도 이상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온 분들에게서 흔히 본다.
첫번째 증상이 심장마비로 나타나 돌연사 하는 안타까운 경우이다. 심장마비, 다른곳도 아니고 심장이 갑자기 마비된다니 끔찍하지 않은가? 레드카드 퇴장 이전에 엘로우 카드로 사전에 경고를 해주어야 되는 것 아닐까?
그렇다. 경고 시그널이 있었으나 이를 무시하거나 제때 검사나 치료를 받지 못했던 경우가 많은 환자들을 볼때 안타까움을 느낀다. '오늘의 졸도는 내일의 급사'다는 말을 환자에게 자주 한다. 졸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갑자기 찾아온 심한 어지러움, 식은 땀, 흉통, 숨참, 덜컹거림이 있을때 또 이런 증상들이 반복되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무시했던 경험들을 많은 환자들이 가지며 살고 있다. 진료실에서 자세히 상담하다 보면 그런 경험의 고백을 듣게 된다. 이들은 안타깝게도 병원 갈 시간도 못내고 직장에서 내가 빠지면 큰 일 난다고 생각해 차일피일 미룬 경우가 많았다. 

이제는 좀 달라져야 한다. 심장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스마트 폰으로 자신의 건강을 모니터 할때 가장 기본 값이 심박수 또는 심전도이다. 스마트 폰과 연계된 전자 시계를 이용하면 수시로 심전도를 기록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심장이 보내는 시그널을 오랫동안 저장했다가 진료 때 들고 오는 환자들이 부쩍 늘었다. 원격 진료의 기본이 되는 리모트 모니터링이 이미 구현되고 있는 셈이다. 심장병, 특히 부정맥 환자의 진료에서 활용 가치가 매우 높아 부정맥 진단율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스스로 심전도 기록을 못하시거나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어 기록을 못하는 경우에는 심장 주위에 밴드 모양의 패치만 붙여도 1-2주일 동안 계속 심전도를 감시할 수 있어 매우 유용하다.
부정맥이 포착되면 심장에 어떤 이상에 의한 것인지를 위해 다음 단계로 검사를 하게 된다. 심장 혈관(관상동맥)의 문제인지, 판막, 심장 근육병인지, 유전적인 병은 아닌지등 원인을 찾아 내어 치료의 방침을 세우게 된다.
특별한 원인도 없이 부정맥이 나타나는 경우는 대부분 좋지 못한 생활습관이나 외부 환경이 불러 온 결과이다. 과음 특히 단시간내의 폭음, 흡연, 육체적 및 심리적 과부하, 비만, 수면 무호흡증, 갑상선 질환등이 부정맥에 좋지 못한 생활습관 또는 질환이다. 이러한 생활 습관과 원인 질환의 개선 없이는 어떤 치료도 효과가 없거나 매우 제한적이다. 부정맥 시술이나 수술도 좋지 못한 생활습관 관리를 병행해야 성공률이 올라간다. 이런 습관이 몸에 체질화되어야 심장병을 예방하고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나이 들어 우리 삶의 질과 수명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3대 질환은, 암, 심장병, 뇌졸중이다. 다른 말로 하면 암과 퇴행성 질환이다. 이들 모두 조기 발견과 예방이 가장 효과적인 퇴치법이다. 조기 발견을 위해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우리 각자 몸의 이상 신호를 절대 무시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몸이 나에게 보내는 시그널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어느날 나에게 갑자기 찾아 온 통증이나 증상은 고마운 것이다. 우리 몸의 센서가 잘 작동하도록 몸에 나쁜 것을 피하는 노력과 함께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각자 몸에게 이로운 음식, 운동, 습관, 환경을 만드는 것이 건강과 행복을 누리는 길이다.

마비된 고통, 센서가 고장 나서 방치된 병의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돕는것이 의료가 할 일이다.

전 고려대 의료원장/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김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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