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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맥은 나의 심장이 보내는 경고…5분내 응급처치가 생명을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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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5

[인터뷰] ‘바이엘쉐링’상 수상 김영훈 교수

부정맥은 생명을 한순간에 앗아갈 수 있는 무서운 병인데 그 위험성에 눈을 감은 사람이 너무 많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요.”

부정맥에 관한 한 국내 최고 ‘고수’ 중 한 명인 고려대 안암병원 심장내과 김영훈(52·사진) 교수. 그는 부정맥과 관련된 연구와 시술 성과를 인정받아 대한의학회가 주관하는 6회 바이엘쉐링 임상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장은 혈액에 산소·영양분을 담아 우리 몸 구석구석으로 보내는 펌프이자 엔진입니다. 이 엔진은 전기의 힘으로 움직여요. 심장 오른쪽에 있는 ‘동방결절’이 모터 역할을 해서 전기를 만들면 심장이 펌프질을 하면서 피를 돌리죠. 심장박동이 손목이나 발목에서 만져지는 것이 바로 맥박이에요. 맥박은 1분에 60~100번, 하루 10만 번 뛰는 것이 정상입니다. 부정맥은 심장의 전기시스템 이상이죠. 맥박이 분당 100번 이상 또는 60번 이하로 뛰거나 불규칙적으로 뛰는 상태를 가리킵니다. 부정맥은 심장이 보내는 일종의 경고인데 이를 무시하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생기죠.”

김 교수는 “부정맥은 ‘나쁜 것’(악성)과 ‘좋은 것’(양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음한 날에만 가슴이 덜컹거리는 듯한 부정맥이 나타났다가 술을 마시지 않고 편히 쉬는 날엔 사라진다면 대개 양성 부정맥이에요. 이와는 달리 심장마비·졸도·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기는 것은 악성 부정맥입니다. 돌연사(급사)의 대부분은 치명적(악성) 부정맥이 최종 원인이에요. 부정맥은 심장병의 처음이자 마지막 증상입니다.”

그는 부정맥이 뇌졸중(중풍)으로도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심장병과 뇌졸중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지만 심장이 펌프질을 제대로 못 해 파르르 잔 떨림만 생기는 ‘심방 세동’ 현상이 계속되면 심장에 피가 고여 혈전(피떡)이 만들어져요. 이 혈전이 뇌로 가는 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죠. 심방 세동 환자가 뇌졸중에 걸릴 위험은 정상인보다 4~5배는 높아요.”

우리 국민이 병원 밖에서 심장마비에 걸리면 생존 가능성은 2%에 불과하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할 때 절반은 뇌사나 식물인간 상태다. 반면 선진국의 환자 소생률은 30%가 넘는다.

“우리나라 응급처치 시스템에 허점이 많은 탓이에요. 응급처치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누군가 부정맥으로 쓰러졌을 때 5분 이내에 응급마사지를 받고 병원에서 전기 충격치료를 받으면 정상생활이 가능해요. 하지만 고(故) 임수혁 선수처럼 시간을 놓치면 뇌에 피가 공급되지 않아 뇌기능이 정지합니다. 소생가능 시간을 ‘황금의 5분’이라고 부르는 이유죠.”

그는 기자가 만나기 힘든 의사 중 한 명이다. 그럴 만도 했다. 한 해 600여 명의 부정맥 환자를 시술하고 있어서다. 환자의 절반은 심방 세동 환자다. 심방 세동은 부정맥 중에서 가장 흔해 우리 국민 유병률이 2% 정도(65세 이상은 5%)다. 평균 시술 시간이 3~8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매일 12시간씩 심방 세동 시술 강행군을 해온 셈이다. 그것도 만 10년째다.

“심방 세동도 조기 치료가 중요해요. 발생 2년 이하면 성공률이 95%지만 2년이 넘으면 70~75%로 떨어집니다. ” 시상식은 이달 29일 서울 밀레니엄힐튼 호텔에서 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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