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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의사들의 ‘SOS’ 끊이지 않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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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17
심장은 혈액에 산소와 영양분을 담아 우리 몸 구석구석에 보내는 펌프다. 이 펌프는 전기의 힘으로 움직인다. 심장 오른쪽에 있는 ‘동방결절’이 모터 역할을 해 전기를 만들면 심방이 ‘쫙쫙’ 오므렸다 펴지고 곧바로 심실이 ‘쫘~악, 쫘~악’ 좀 더 큰 운동으로 박동하면서 피를 돌린다.
이 전기시스템이 고장난 부정맥(不整脈)은 생명을 한순간에 앗아가는 무서운 병이다. 그러나 일반인은 부정맥의 위험에 대해 모를 뿐 아니라 개원 의사조차 부정맥 환자가 오면 대처법을 잘 몰라 진땀을 흘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고려대 안암병원 부정맥센터는 이런 일선 의사들의 ‘SOS’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김영훈 소장과 박희남·임홍의 교수 등 의료진 15명은 24시간 대기하며 일선 의사들에게 대처법을 안내하고 응급 환자를 맞는다.
이 센터는 1999년 국내 최초로 부정맥 가운데 심방세동 환자에게 전극도자절제술을 시행해 지금까지 650여 명을 완치시켰다. 이 시술은 사타구니의 혈관으로 치료기구를 넣어 심장까지 보낸 뒤 정상적인 전기 흐름을 방해하는, 스파크가 튀는 부위를 지지는 방법이다. 시술 실적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아 매년 10~15명의 외국 의사들이 ‘한 수 가르침’을 받고자 이곳에 온다.
김 소장은 “많은 사람이 부정맥 하면 맥박이 불규칙적으로 팔딱팔딱 뛰는 것으로만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부정맥은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린 경우 또는 불규칙적인 것을 모두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심방이 힘껏 박동하지 못하고 빨리 뛰는 심방빈맥 중 ‘심방잔떨림’이라고도 불리는 심방세동은 한국인 전체의 1%에 생기는 흔하면서도 무서운 병이다. 65세 이상의 3~5%, 80세 이상에서는 12%가 생기며 이 병이 있으면 뇌졸중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4~6배가 높다. 예전에는 아스피린이나 피떡을 막는 약물, 심장의 비정상적인 스파크를 억제하는 약물로 치유했지만 요즘에는 전극도자절제술로 완치하고 있다.
심실빈맥은 위험도에서 심방빈맥보다 더 무섭다. ‘급살(急煞)을 맞는다’는 것이 바로 이 병이다. 졸도·실신·식은땀이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세 등의 신호를 보이는데 이때 전극도자절제술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갑자기 심장이 멎을수 있다. 전기충격기로 심장을 소생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심장이 1분에 60회 이하로 뛰는 서맥은 어지럼증·무기력증이 심해져 졸도·뇌진탕·심장마비로 숨질 수 있으므로 심장박동기를 삽입하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
맥박이 규칙적으로 뛰다가 한 박자씩 쉬는 ‘기외수축’ 환자들은 ‘심장이 건너뛴다’ ‘벌렁거린다’는 느낌을 호소한다. 심장판막증·협심증 등이 그 원인일 때에는 즉시 치료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는다.
김 소장은 “부정맥은 급사(急死)의 주원인이지만 너무나 간과되고 있다”며 “심장동맥이 막혔거나 좁아진 심장동맥질환이 심장마비의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 병은 급사의 30% 미만”이라고 말했다.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포수였던 임수혁이나 마라톤 도중에 급사하는 사람, 과로사하는 직장인은 대부분 심장동맥과 상관이 없는 부정맥 환자라는 설명이다.
부정맥의 원인은 다양하다. 유전적 이유, 지나친 스트레스, 술, 담배, 카페인, 불충분한 수면 등이 전기시스템을 고장낼 수 있으며 고혈압·알코올·독감바이러스·카페인 등의 이유로 심장근육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부정맥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급사를 예방하려면 정기적으로 심전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운동 중에 숨이 차면서 가슴이 ‘쿵쿵쿵’ 뛰거나 통증이 오면 ‘운동부하 심전도검사’를 받는다. 가슴이 ‘덜커덕덜커덕’거리며 통증이 오면 하루 종일 심장 상태를 체크하는 ‘활동심전도검사’를 받는다. 심전도검사 결과가 정상으로 나왔지만 가족이 급사하고 자신은 가슴이 ‘덜커덕 덜커덕’거리는 증세가 지속되면 몇 개월 동안 인체에 검사 장치를 삽입해 추적하는 검사를 받아야 안전하다.
김 소장은 2002년 대한심폐소생협회가 출범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급사를 대비하는 데에서는 후진국”이라고 개탄했다. 선진국은 심장발작 환자의 30%가 건강을 되찾지만 우리나라는 2%만이 산 상태로 병원에 도착하며 그 가운데 절반이 식물인간이 된다”는 것이다.
“심장발작으로 쓰러진 환자의 가슴에 붙여 심장을 뛰게 하는 ‘전자동 전기충격기’를 공공장소에 비치해야 합니다. 국제공항에 심장전기충격기가 없어 희생자가 생긴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이와 함께 국민 전체에 심장소생술 방법을 알려야 하고 앰뷸런스가 최대한 빨리 이동하도록 모두가 도와줘야 합니다. 심장마비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는 데 28분이나 걸리니….”
이성주 객원기자 ·코메디닷컴 대표<492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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